낯가림,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이제 8개월 된 저희 아이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어요. 며칠 전에 시부모님께서 집에 오셨었는데 아이가 시부모님을 보자마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거예요. 시부모님께서도 난감해하시고 저도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당황스럽더라고요. 가끔은 아이가 아빠와 외출할 때 보면 아빠가 선글라스를 끼면 안기려하지도 않습니다.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이가 예쁘다고 쳐다볼 때도 겁을 먹는 것 같고 너무 큰 소리로 우니까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지기도 하고 외출도 자제하게 되요. 이런 아이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 낯가림은 뇌와 애착이 잘 발달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이에게 낯가림이 시작되었네요. 낯가림은 아이에게 친숙한 엄마나 아빠 이외의 사람이나 새로운 장소에서 불안해보이거나 우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때때로 엄마나 아빠라고 하더라도 안경이나 선글라스, 액세서리를 착용하여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아이가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낯가림은 6-8개월 무렵에 나타나는데, 이는 아이의 시력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사람의 얼굴을 좀 더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고 친숙한 얼굴과 아닌 얼굴을 구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가 엄마와 다른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뇌가 발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억을 더듬었는데 누구인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때에는 불확실함을 느껴 당황스럽고 불안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아이에게 낯가림이 관찰될 때에는 ‘우리 아이의 기억력이 잘 발달하고 있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아이를 낯선 사람들 속에 억지로 두지 마세요.
아이가 낯가림이 심해 보이면 부모는 우리 아이가 유독 까다롭고 예민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낯선 사람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무작정 아이를 낯선 사람들 속에 두고 지켜보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큰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이전보다 더 낯가림이 심해지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과는 달리 세상의 많은 것들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세상에 대해 알아갈 시간이 필요합 니다.
■아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에서는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을 여유롭게 돌아보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가 안전감을 느끼고 편안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새로운 사람이나 공간에 두려워하며 울 때에는 ‘너무 무서웠구나~’ 하고 안아서 토닥이며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부모의 품 안에서 아이는 점차 안정감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아이가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는 부모가 있는 상태에서 함께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친숙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등 가까운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경험을 자주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짧은 시간에서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때 부모가 먼저 낯선 이에게 다가가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아이들의 연령이 어릴수록 새로운 사람이나 사건과 마주했을 때 나에게 안전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부모의 반응과 행동을 열심히 관찰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낯가림은 대개 18개월 무렵에 서서히 사라지게 됩니다. 낯가림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평소에 부모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아이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잘 안기는 등 낯을 전혀 가리지 않는 경우라면 오히려 부모와의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은 엄마와 낯선 사람을 구별할 만큼 뇌가 발달하지 않은 경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낯을 전혀 가리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기관에 방문하여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Adviser_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최수빈 심리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