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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말에는 번역기가 필요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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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마음안에는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출처: pixabay

 Q. 우리 애가 이제 고 2가 되는데, 공부도 안한다. 아르바이트도 안한다. 대학도 안 간다. 그래서 그럼 집안일이라도 도우라고 했더니 그것도 귀찮다면서 방문을 쾅 닫아버리는데 그 꼴을 보고 있자니 화병이 날 것 같아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A. 지현이 엄마는 혼자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지현이에 대한 호소를 철지난 이불빨래처럼 끝없이 늘어놓았다.
지현이 엄마는 말이 많고 빨랐다. 지현이에 대한 얘기를 듣다가 궁금하거나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어 질문을 하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니요.’라며 부정하고, 타인의 말을 끊었다. 어머니의 성급함과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강한 욕구가 보였다.
지현이를 낳음으로써 처음부모가 되었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지현이 엄마는 지현이의 모든 행동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고, 그것을 기어이 문제로 만들어버렸다. 예를 들어 지현이가 세살이 되기 전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음식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ADHD’를 의심해서 병원에 데려갔고,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에게서 기어이 ‘주의가 조금 산만하고, 충동성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온 뒤, 지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너 그러면 진짜 ADHD 되는거야!”라고 했고, 지현이 아빠 역시 ‘애들이 크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말을 하면서도 지현이가 식사도중 고개를 돌리기라도 하면 “가만히 있어!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누가 ADHD아니랄까봐 그렇게 티를 내니!”라고 아이를 윽박질렀다.
부모로부터 ADHD라는 진단을 받은 지현이의 삶은 눈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모든 부분을 다 통제받았다. 지현이가 뭐라도 할라치면 지현이 부모는 노발대발 화를 냈고, 긴장 때문인지 안하던 실수까지 하게 되면서 지현이 역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라도 하라고 말하는 엄마를 지현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현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 아이가 남과 다를까봐 걱정하고, 남과 달라서 뒤쳐질까봐 걱정 되서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차라리 본인이 해버리고 마는 부모로 인해 결국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른아이로 자라버린 아이들 말이다. 그리고 지현이 엄마 같은 엄마도 아주 많다. 이런 아이들과 부모는 비슷한 신념이 있다.
‘실패는 곧 죽음’, ‘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 는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인 신념인데, 이런 신념을 우리는 ‘비합리적인 신념’이라고 한다. 비합리적인 신념을 버리기 위해서는 말과 윽박이 아닌 본인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 아이가 부족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선택을 믿어주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현이 부모는 그러지 못했다. 부모 앞에서 지현이는 항상 부족한 아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한 아이, 부모가 통제하지 않으면 폭발하는 아이로서 매 순간 혼나고, 통제당하며 살아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말하는 지현이는 사실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해 본 적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상화에서 ‘귀찮다’고 말하고, 귀찮아질 것 같은 상황에 애써 자신을 밀어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 왜? 그 동안 시키는대로 해보고, 시키지 않은것도 해보려는 노력에서 아이가 얻은 것은 엄마와 아빠가 준 날것의 ‘상처’뿐이었던 것이다.
‘너는 부족해, 너는 모자라. 바보같이 왜 그렇게 했지? 그냥 가만히 있어.’라는 말로 준 상처
 
‘귀찮다’고 말하는 아이는 더 이상 다칠 자존심이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자존심이 없다는 것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부모는 내 아이가 무엇을 선택하든,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떻든 선택에 박수쳐주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결과 앞에서 좌절하거나 환호하는 내 아이를 바라봐주는 각오와 안내와 다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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