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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을 물어보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해 줘야할까?

  조회:5875

 @출처: pixabay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엄마 자취가 뭐야?”라고 질문을 해 왔고 나는 상담자적 마인드와 엄마의 따스함을 한껏 장착해서 아이에게 대답 해주었다.

“응. 자취란 말이지? 혼자 생활하면서 밥도 해먹고, 빨래도 하고, 그렇게 혼자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거야!”

나름 근사하고 멋지게 대답을 잘 했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표정을 살피며 다음 반응을 기다렸는데, 아이는 보란 듯이 나의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아하 그럼 지방자치는 지방에서 혼자서 밥 해먹는거구나!”

엄마로부터 얻을건 다 얻었다는 표정으로 저만치 총총히 가버리는 아이를 보며 느낀 민망함과 어이없음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그게 아니라고 대답을 정정해줘야 한다는 생각과는 달리 입술은 본드칠이라도 해놓은듯 쉬이 열리지 않았다.


▲상보적 의사소통보다 교차적 의사소통, 이면적 의사소통이 많은 사회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한 두번쯤 다들 이런 경험 했을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질문을 받고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지 망설였던 순간, 살면서 단 한번도 궁금해 본 적 없는 질문을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던지는 아이를 보면서 어이 없었던 상황, 대답해 줄 말이 없어서 괜히 딴청을 피우거나 바통을 배우자에게 돌려야 했던 상황이 있을 것이다.

금성 또는 화성에서 온 듯한 아이로 인해 혼돈에 빠졌거나 나의 경우처럼 대답을 해주긴 해주되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대답을 할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식의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일까?

아이가 던지는 질문의 의도와 아이가 어디까지 알고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피지 않은 채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진실 또는 진리라 생각해서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답’이 잘 맞아떨어지면 상보적 의사소통이 이뤄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동문서답을 하는 교차적 의사소통이거나 단어보다 내면적 의도를 더 많이 담은 이면적 의사소통을 하기 일쑤다.


▲ 질문이 많은 자녀가 ADHD는 아닌지 고민하는 부모도 있다.
우문현답?

아이가 질문을 잘못 했으니 대답을 잘 못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해 보지만 그 변명이 참 빈약하고 힘이 없다는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른이고,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보다는 많이 알아야되고, 현명해야되고, 차분하고 진중해야 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질문하지마! 시키는거나 똑바로 해! 숙제부터 해!”라고 힘으로 아이를 굴복시키기도 하며 “그런거 물어볼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1등 했겠다. 궁금한거 많아서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많니?“라고 비난하거나 조롱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자녀가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서 ADHD인지 알아보기 위해 상담실에 오시는 부모도 있다. 아이를 대상으로 그림검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에 기가 막힐때가 많다.

“선생님은 왜 제 말을 적어요?“

“근데 왜 선생님은 안 그리고 나만 그려요? 나 팔 아픈데...”

“근데 이거 어디에 쓸거에요? 걸어 둘꺼에요?”

“근데 왜 나무를 그려요? 나는 꽃을 그리고 싶은데...”

“나는 아파트에 사는데 왜 지붕이 있는 집을 그리라고 해요?”

그림검사와 무관하지만 그 기발하고 깜찍한 발견과 질문에 매번 감동을 넘어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럴 때 나는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어본다.

“너는 그게 궁금하구나!”

아이들은 왜 질문을 할까? 왜 그렇게 궁금한게 많을까?

사람은 누구나 처음 태어나고 처음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길이만큼 지식도 경험도 쌓이게 된다.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부모라는 환경 안에서 신뢰감과 안전을 획득하게 되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경험하는 환경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더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고, 경험하게 된다.

이때 아이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문제, 갈등, 정보, 환경에 대해 알아야 하고, 배워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실수하며 배우는 아이들. @출처: pixabay
자율성을 획득하는 3살 무렵의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엄마라는 기지를 두고 아이들은 기고, 잡고, 걸으면서 세상을 탐색한 뒤 다시 엄마에게 돌아와 위로와 격려를 받고 조금 더 넓은 곳을 탐험하게 되는데, 이때 아이들은 손으로, 눈으로, 감각으로 경험되는 환경을 보고, 만지고, 맛보면서 실수하면서 깨달으면서 배우게 된다.

스스로 깨닫는 것도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은 부모라는 환경을 통해 배워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 저건 뭐야?”

“아빠 저건 왜 저래?”

유튜브 영상 중에 다섯 살 정도의 아이가 아빠를 향해 끊임없이 ‘WHY?”라고 묻는 영상이 있다. 아빠가 왜 일을 해야 하고, 왜 해가 떠야 하고, 왜 놀아주지 못하는지에 대해 아이는 의문을 제기하고 아빠는 진땀을 빼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가 던지는 질문은 아빠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들이었기에 의문을 가져 볼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었고 그러니 황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해가 뜨는 것, 아빠가 일을 가는 것, 아침에 밥을 먹는 것, 씻어야 하는 것 등등. 아이들에게 그 모든 것들은 다 처음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길이를 결정하는 건 죽음이지만 인생의 깊이를 결정하는 건 나‘라고 한다.

그 ‘나‘가 온전히 만들어지기 위해서 아이는 세상을 탐험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롭고 주도적이어야 한다. 특이한 걸 묻는다는 건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관점과 관심사가 있다는 것이며 다른 아이들보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요구한다는 것을 부모는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니까. 어른이니까 당연히 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모르면 그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는 용기를 장착해야 할 것이다.

“네 생각은 어떤데?”

부모의 이 한마디 질문이 특이한 아이를 특별한 아이로 만드는 시선이며 특별한 자신을 아이 스스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이 될 것이다.

출처 : 여수넷통뉴스(http://www.neto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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