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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집에 있다~" 복직을 망설이게 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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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6)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보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를 아는 선배와 나누던 날이었다. 아들 둘이 이미 성인이 되어 본인의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그 선배는 젊은 시절 일을 그만뒀던 계기를 내게 말해줬다.

 
20년도 더 전인 26살, 젊은 엄마였던 선배가 둘째를 낳고 집에서 몸조리할 때 얘기다. 당시에는 마땅한 어린이집도 없어 주로 ‘이모님’이 아이를 봐줬다. 30개월이던 첫째 역시 선배가 일하는 동안 이모님이 봐줬는데 몸조리하는 한 달 동안은 이모 손에 맡기지 않았다.
 
긴 복도식 아파트 복도에서 또래 아이들과 세발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소리치는 게 집까지 들렸다. “우리 엄마 집에 있다~!”
 
작은 입술을 통해 나온 그 말이 선배 가슴을 후려쳤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동생을 낳고 집에서 누워라도 있는 것이 아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란 걸 그 날 알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선배는 1년 뒤 복직할 수 없었다. 친정엄마의 말씀도 영향을 미쳤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축복이고, 아이들은 금방 자라 그 시간이 아쉬워진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 잠시 옆에 있는 것도 중요하단다.”
 
그날 이후 선배는 모든 시간을 두 아이와 함께했다. 아이가 자면 함께 자고, 배고프면 함께 먹고, 아프면 함께 밤을 새웠다.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필요한 것을 부지런히 물색해 물어다 줬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도 방과 후면 늘 도서관에서 책을 함께 읽었다. 블록이나 보드게임 등을 하나씩 섭렵하기도 했다. 함께 노래방도 다니고 영화관도 다녔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친한 친구들 이름은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됐다. 아이들의 친구들도 자주 집으로 놀러 왔다.
선배는 “소박하고 검소하고 단순한 일상이 반복됐다. 내가 아이들에게 헌신한 만큼 아이들도 엄마를 소중히 여기고 고마워했다. 사춘기 좌충우돌은 잠시 있었지만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줬다”며 “아이들과 함께한 전업주부로서의 삶도 아주 바빴고, 돌이켜 보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고맙고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선배가 자상하고 세밀하게 아이들을 보살핀 만큼 아이들도 엄마에게 사랑을 줬다. 선배가 못을 박고 액자를 걸면 어린 아들은 “좋은 장소에 잘 걸었다”고 칭찬했다. 엄마의 요리 실력에 관해 물었더니 “솔직히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리책을 보면서 노력하는 모습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며 응원했다.
 
아빠가 지방발령이 나서 이사 가야 하는데 친구들과 헤어져서 어떡하느냐고 할 땐 “친구는 또 사귀면 되는데 가족은 더 소중하니 괜찮다”고 답하는 아들이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좋은 학교에 가게 되면 모두 엄마 덕분”이라고 하기도 했다.
 
선배는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랑을 줬지만 아이들이 받지 못했다고 하면 아마 우리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는 위장병까지 앓아가며 직장에 가정에 최선을 다했지만 어린 아들의 마음이 아파가는 것은 몰랐다. 다행히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들 곁에서 머무르게 되었고, 경력단절과 경제적 어려움 등은 힘들었지만 지금 보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선배는 끝으로 “얼마 전 96세 노모에게 70이 넘은 아나운서 이상벽 씨가 ‘엄마가 살아계신다는 것이 매우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되니 더 살아계셔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봤다”며 엄마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알 수 있는 임종렬의 『모신』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이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잠들었는데 다리를 다쳐 업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마침 엄마가 근처에 계셔서 버스 정류장으로 나와달라고 부탁드렸다. 엄마는 흔쾌히 달려오셨다. 나는 아이를 등에 업고 앞장서 가시는 엄마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나중에 언젠간 엄마가 내 곁에 없을 날도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울컥 눈물이 났다. 언제든 손을 내밀면 잡아주는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내 전화 한 통에 달려 와준 엄마,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는 엄마와 등에 업힌 아이의 실루엣을 보며 2018년 9월 마지막 날의 이 모습은 엄마가 그리울 때 사진처럼 꺼내볼 수 있게 꼭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도움말: 김지영 허그맘 청주점 원장
Q :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크길래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한테 힘이 됐을까요?

A : 아이들에게 엄마는 우주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항상 같이 있고 싶은 하는 존재이며, 그런 존재인 엄마로부터의 공감이나 지지는 아이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성의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에 대한 엄마의 지극한 관심과 따뜻하고 친밀한 감정은 아이의 긍정적인 정서발달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아이 양육에서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아이의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 글 속의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즉각적인 소통 방식으로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고, 그 표현에 엄마는 공감적 반응을 했습니다.

아이를 통해 엄마와 아이 사이 적절한 동맹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를 통해 엄마 자신을 통찰해 갈 수 있는 심미안이 생기는, 어쩌면 아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아이가 스승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위 사례는 엄마도 준비가 됐고, 성향도 육아에 맞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Q : 학교에 입학하고 그보다 아이가 더 크더라도 엄마가 늘 옆에 있어 주는 게 좋을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한다고도 들었습니다.

A :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에 속하는 아동·청소년 아이들에게는 일하는 엄마가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엄마가 일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이들도 자립적인 아이로 큰다는 결과가 많은 논문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 중에 더러는 직장보다 아이 양육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합니다. 직업과 양육 사이의 갈등을 느끼는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짜증스럽고 지쳐서 자녀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경우도 있는 겁니다. 반면에 직업으로부터 능력감을 느끼는 엄마는 엄마의 역할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런 엄마를 보고 자라는 아이는 엄마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안정성을 느끼기도 합니다.

학교에 다니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점점 자율적이고 독립적이 되어가지만, 엄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 아무래도 유아기에는 엄마의 필요성이 더 크다 보니 직장에 다니는, 특히 엄마들한테 죄책감이 들기 쉬운 것 같아요.

A : 엄마 중에 과도하게 자신의 감정을 개입해 일하는 데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나 잘못된 행동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맞벌이 시대에 사는 부모가 제일 많이 하는 걱정이 직장과 양육에 대한 갈등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일하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위 사례처럼 육아가 성향에 맞는 엄마라면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이한테 좋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라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오히려 아이와 갈등 상황이 더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한다고 해서 다 못 키우는 게 아니고, 일 안 하고 아이만 키운다고 해서 다 잘 키우는 게 아닙니다.


Q : 그럼 일하면서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걸까요?
 

A : 죄책감에 직장을 그만두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합니다. 집에 돌아와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과 태도를 체크하고 “오늘 어떤 일이 있었어?”라고 묻기보다“오늘 기분이 어땠니?”“그래서 너는 어땠어?” 하고 정서적으로 교류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호작용하면 엄마가 일해도 아이는 훌륭하게 큽니다. 엄마와 아이들 간의 친밀도와 상호작용은 아동발달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며, 아동 양육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우주니까요.



[출처: 중앙일보] "우리 엄마 집에 있다~" 복직을 망설이게 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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