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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망각의 법칙, 잊어야 산다? 기억을 놓아주는 마음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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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중했던 사람인데,
왜 더 이상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을까요?



사람을 섬기고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 허그맘허그인 심리상담센터 여수센터입니다.

오랜만에 옛 사진을 꺼냈는데 그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때 하루 종일 생각했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목소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요.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다가도 문득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걸 잊고 있었지?’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렇게 잊혀도 되는 걸까?’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계속 기억해야 하는 것 아닐까?’

반대로 잊어버리고 싶었던 말이나 장면은 이상할 만큼 자주 생각나기도 합니다.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날에 더 선명해지고, 다른 일에 집중하려 할수록 불쑥 끼어들 때도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꽤 도덕적으로 판단하곤 합니다. 
기억하면 소중히 여긴 것이고, 잊으면 무심해진 것처럼요. 
중요한 약속을 까먹었을 때는 물론 확인하고 보완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억의 세부가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것까지 자신의 마음이나 애정의 크기와 연결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든 순간을 같은 선명도로 보존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망각의 법칙 역시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인간의 실패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은 남고, 어떤 것은 흐려집니다.
때로 그 변화 덕분에 우리는 어제와 똑같은 감정의 강도에 붙잡히지 않은 채 오늘을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잊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기억을 억지로 다시 붙잡기 전에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잊는다는 것은 정말 소중했던 마음까지 사라졌다는 뜻일까요?


 

기억을 잘하는 법만 배워 온 우리에게,
‘잘 잊는 마음’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Q. 왜 우리는 ‘잊는 것’을 나쁘게 생각할까요?


A. 시험 내용을 잊으면 공부를 덜 한 것 같고, 기념일을 잊으면 상대를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실제 생활에서도 기억해야 할 일을 계속 놓친다면 일정 관리나 주의집중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는 어느새 ‘기억하는 것=좋은 것, 잊는 것=나쁜 것’이라는 기준을 감정적인 기억에까지 적용하기도 합니다.
헤어진 연인의 전화번호가 어느 날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관계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돌아가신 가족과 함께했던 하루의 세세한 대화가 흐릿해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덜 사랑했다는 증거도 아니고요.

기억의 정확도와 애정의 깊이는 같은 척도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전적 기억을 연구한 심리학에서는 시간이 흐르며 기억에 연결된 감정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습니다.
여러 문화권의 562명에게서 2,400개가 넘는 자전적 기억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평균적으로 부정적 사건에 연결된 감정이 긍정적인 사건의 감정보다 더 빠르게 약해지는 ‘감정 소멸 편향’이 관찰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부정적인 사건 이후 정서적인 회복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당시의 감정이 옅어지는 일을 ‘내가 그만큼 무심해졌다’고만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 흐려진 자리에도 그 시간을 살아낸 흔적은 남아 있으니까요.


Q. 망각은 정말 기억력의 ‘고장’일까요?


A.심리학에서 망각을 연구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입니다.
에빙하우스는 의미 없는 음절을 학습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학습 직후 기억이 비교적 빠르게 감소하고, 이후에는 감소 속도가 완만해지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입니다.

물론 이 실험을 사랑이나 상실처럼 복잡한 감정적 기억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며, 다만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일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은 인간 기억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라는 점입니다.

최근의 기억 연구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망각에 적응적인 기능이 있을 가능성도 논의합니다.
신경과학자 블레이크 리처즈와 폴 프랭클랜드는 기억의 지속뿐 아니라 망각 역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절한 판단을 하는 데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나간 모든 세부 정보를 똑같이 유지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편이 적응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망각의 법칙을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바보가 된다’는 식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박물관처럼 모든 것을 그대로 전시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달라지는 동안 기억도 함께 변합니다.


Q.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과 망각, 붙잡아두어야 할까요?


A. 누군가를 잊어간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묘합니다.

처음에는 매일 떠올렸던 얼굴이 일주일에 한 번 생각나고, 어느 순간에는 한 달 동안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도 합니다.
그때 오히려 마음이 덜 아픈 자신을 발견하고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망각은 대부분 의지로 선택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특정 기억의 20%를 지우겠다고 결정할 수도 없고, 반대로 어떤 장면을 평생 처음과 같은 선명도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어렵습니다.

오래된 관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것은 그 사람의 의미를 부정하는 행동과 다릅니다.
그 관계에서 배운 말투나 취향, 사람을 대하는 방식, 당시 경험을 통해 달라진 생각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과거가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사람을 기억하고 싶다면 모든 장면을 머릿속에 붙잡아두려고 애쓰기보다 사진을 정리하거나,
기억나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거나, 그 사람과 함께 좋아했던 음악을 보관하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 기억을 밖에 안전하게 맡겨두는 것도 타인을 기억하고 나를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왜 ‘잊어야지, 잊어야지’ 생각 할수록 더 떠오를까요?


A. 지금까지와는 반대의 예로, “오늘은 절대 그 사람 생각하지 말자.” 라는 말을 한 순간 당신은 이미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의 연구로 잘 알려진 사고 억제 연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사람에게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하면 오히려 흰곰이 의식에 등장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웨그너는 생각을 억제하려는 과정 자체가 역설적으로 그 생각을 감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연구했습니다.

다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반드시 더 심해진다’고 단정할 정도로 단순한 현상은 아닙니다.
생각 억제의 효과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고, 모든 연구에서 동일한 반동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잊는 것과 ‘잊으려고 계속 확인하는 것’은 다릅니다.

“나 이제 안 떠올리고 있지?”
“오늘은 몇 번 생각했지?”
“왜 또 생각났지?”

이렇게 계속 검사하고 있다면 우리의 주의는 여전히 그 기억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머리에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 편이 오히려 그 기억과 거리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Q.‘마음을 챙기는 망각’이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A. 마음챙김(Mindfulness)은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생각, 감정, 신체 감각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심리적 실천이자 태도입니다.

마음챙김에서는 어떤 생각을 억지로 없애거나 밀어내려 하기보다,
지금 내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합니다.

예를 들어 옛 연인이 떠올랐을 때 “또 생각났어. 아직도 못 잊었네”라고 자신을 탓하기보다,
“지금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구나. 마음이 조금 아프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호흡,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감각,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현재 느낄 수 있는 것에 천천히 주의를 돌립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떠올라도 그 생각을 계속 따라가며 과거의 장면을 반복해서 되짚지 않고, 다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옛 연인이 갑자기 떠올랐다면 “또 생각났어. 아직도 못 잊었네”라고 자신을 평가하는 대신,
지금 슬픔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며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감각이나 호흡, 지금 하고 있던 일로 천천히 주의를 돌려보는 식입니다.

마음챙김 기반 개입이 반복적인 생각을 다루는 데 효과가 있는지도 여러 연구에서 검토되어 왔습니다.
61개 무작위 대조 연구, 4,229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마음챙김 기반 개입이 반추적 사고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출처: 마음챙김 기반 개입과 반추적 사고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여기서 목표는 기억을 삭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떠올랐으니 오늘 하루도 그 생각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연결을 조금씩 끊는 것에 가깝습니다.
떠오를 수 있습니다. 잠깐 슬플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 상태에서도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친구의 메시지에 답하고, 하던 일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기억이 있어도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는 겁니다.


Q. 기억과 망각때문에 마음이 힘들 때, 허그맘 허그인 여수센터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누군가에게는 “잊어버리는 게 미안하다”는 죄책감이 오래 남습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반대로 잊으려 해도 반복해서 떠오르는 기억이 일상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허그맘 허그인 여수센터는, 무엇을 얼마나 기억하느냐가 아닌 그 기억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기억이 흐려질 때마다 ‘나는 정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지, 옛 관계를 떠올릴 때 ‘내가 조금만 달랐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후회가 반복되는지, 특정 기억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나 장소까지 멀리하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같은 ‘기억 문제’ 처럼 보여도 그 아래에는 상실감, 죄책감, 관계에 대한 미련, 안전에 대한 욕구, 자신을 용서하기 어려운 마음이 서로 다르게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 상담을 통해 현재의 감정과 생활 상태, 기억이 반복되는 상황과 그때 나타나는 생각·신체 반응 등 기억에 따른 반응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심리검사를 통해 우울, 불안, 스트레스나 정서 상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개인의 상태에 맞춰 개입 지점을 결정하여, 반복적인 반추가 중심이라면 생각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고, 활동이 크게 줄었다면 행동 활성화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억누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면 마음챙김이나 인지적 접근을 통해 기억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정해볼 수 있으며, 또한 증상의 정도나 양상에 따라 의료적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진료를 함께 고려해 보기도 합니다.

상담의 목표는 ‘그 일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 기억을 갖고 있더라도 현재의 생활과 관계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어느 날 문득,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함께 갔던 식당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아주 소중했던 하루인데 사진을 보기 전까지 한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고요.

그 순간 마음 한편이 서늘해진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잊었다는 사실이 정말 그 사람을 덜 사랑했다는 뜻일까?’
사람은 기억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지우지 못합니다. 반대로 모든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두는 것도 어렵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조금 흐릿해진다고 해서 그때 느꼈던 마음까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시절의 관계가 지금의 말투나 취향, 생각하는 방식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그것 역시 그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잊혀지는 것이 무서워 모든 것을 붙잡고 있을 필요도, 빨리 잊어야 한다며 마음을 몰아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떠오르면 잠시 기억하고, 다시 지금의 하루로 돌아와도 괜찮습니다.

‘잊어야 산다’는 말은 과거를 버리라는 뜻보다,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오늘을 계속 살아갈 자리를 남겨둔다는 의미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다만 잊고 싶은 기억이 반복해서 찾아와 잠이나 학업, 직장생활, 관계를 흔들거나,
반대로 기억이 흐려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면 혼자서 기억과 씨름하는 방식만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억하는 것도, 잊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일어나는 일입니다.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했던 시간을 죄책감으로 덮지 않도록.
허그맘 허그인 여수센터가 함께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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