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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으면 덜 아플까요?
사람을 섬기고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 허그맘허그인 심리상담센터 여수센터입니다.
시험을 꽤 잘 본 것 같은데도 “아직 결과는 모르잖아”라고 말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면접 분위기가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히려 떨어졌을 경우부터 생각하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기대했다가 나중에 상처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따라오기도 하지요.
주변에서는 좋은 일이 생겼는데 왜 먼저 걱정하느냐고 말합니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고요. 그런데 마음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 생겼다고 해서 불안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기대한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기대가 편안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잘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실패했을 때의 실망까지 함께 선명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대가 커지는 만큼 잃었을 때의 충격도 커질 것처럼 느껴져, 스스로 기대치를 낮춰 두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방법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심리학에서는 이와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 개념 중 하나로
방어적 비관주의(defensive pessimism)를 이야기합니다.
방어적 비관주의는 무조건 모든 일을 나쁘게 보는 성향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에 잘해 온 사람도 중요한 상황을 앞두고 일부러 기대치를 낮추고,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세밀하게 검토하면서 불안을 다루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줄리 노렘과 낸시 캔터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불안을 조절하고 과제를 준비하는 하나의 자기조절 전략으로 설명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좋은 일이 생겨도 마음껏 좋아하지 못할까요?
오늘은 기쁜 일을 순수히 기뻐하지 못하는 불편한 마음, 방어적 비관주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기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정말 부정적인 생각일까요?
Q. 좋은 일이 생겼는데도 왜 먼저 불안해질까요?
A.기대에는 즐거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기대와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잘 치렀다고 느꼈더라도 결과를 받기 전까지는 합격과 불합격이 모두 가능한 상태입니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느낌이 들수록 관계가 깊어질 가능성이 생기지만,
그만큼 거절이나 관계의 변화도 이전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때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가능성에 자연스럽게 집중하지만, 어떤 사람은 결과가 나빠졌을 때 자신이 얼마나 실망할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별로 기대 안 해”라고 말하거나, 좋은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일부러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기도 해요.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고 해서 기쁨을 느낄 줄 모른다거나 성격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걱정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기대치를 낮추는 행동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Q. ‘방어적 비관주의’는 그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가요?
A.단순한 부정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노렘과 캔터가 설명한 방어적 비관주의는 과거에 비교적 좋은 수행을 보였음에도 새로운 평가나 과제를 앞두고 기대 수준을 낮게 설정하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자세히 생각해 보는 전략입니다.
특징적인 부분은 나쁜 결과를 떠올리는 데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발표하다가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생겼을 때 예상 질문을 준비하고 자료를 다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이번에는 어려울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한 번 더 확인하기도 하지요.
즉, 방어적 비관주의에서는 불안과 걱정이 일종의 준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낙관주의보다 열등한 사고방식이라고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에서도 방어적 비관주의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평소의 전략을 쓰지 못하도록 했을 때 오히려 수행이 저하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왜 나는 항상 안 좋은 생각부터 하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기 전에 그 생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편이 좋습니다.
위험을 대비하도록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불안 속에서 같은 생각만 반복하게 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Q. 왜 저는 일부러 기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을까요?
A. 기대가 커지면 마음속에서는 좋은 결과를 미리 그려보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부터 결과가 갖는 의미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 뒤에 “그런데 안 되면 어떡하지?”가 붙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이 관계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함께 “갑자기 멀어지면 더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마음은 때때로 기대를 낮추는 쪽을 택합니다.
“난 원래 기대 안 했어.”
정말 기대가 없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실망했을 때 받게 될 충격을 미리 줄여두려는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애초에 낮은 곳에 서 있는 편이 덜 아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다만 좋은 일을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이 방어적 비관주의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인 우울감이나 불안, 낮은 자기평가, 이전의 실패 경험 등 여러 요인이 기대와 긍정적인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방어적 비관주의는 이런 모습을 이해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심리학적 틀입니다.
Q. 방어적 비관주의는 언제 도움이 되고, 언제 나를 지치게 할까요?
A. 같은 걱정이라도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면 차이를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발표 전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발표 자료를 점검했다면, 불안이 준비 행동을 촉진한 셈입니다.
실제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정도의 걱정은 주의를 집중시키고 준비해야 할 부분을 찾도록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가능한 실패를 계속 상상하느라 준비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이미 충분히 대비했는데도 같은 상황을 몇 시간씩 되풀이해서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도 “다음에는 분명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해 안도할 틈이 없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실패 가능성 때문에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면 이제는 이 전략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어적 비관주의를 평가할 때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느냐’보다 그 생각이 나를 어디로 데려갔느냐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준비와 행동으로 연결되는 걱정인지, 같은 불안을 반복해서 확인하게 만드는 걱정인지. 이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지나치게 지치고 있는지 발견하기 쉬워집니다.
Q. “좋게 생각하면 되잖아”라는 말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A.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주변에서는 흔히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마”, “잘될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합니다.
듣는 사람 역시 자신이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생각의 방향을 바로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방어적 비관주의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낮은 기대와 사전 점검은 불안을 다루기 위해 익숙하게 사용해 온 방식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갑자기 “실패할 생각은 하지 말자”고 하면 오히려 준비가 덜 된 듯한 불편함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낙관적인 문장을 반복하는 것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표현이 편할 때도 있습니다.
“분명 잘될 거야” 대신
“잘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자.”
“걱정하지 말자” 대신
“걱정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실제로 준비할 수 있는 것과 지금은 알 수 없는 것을 나눠보자.”와 같이 말이죠.
불안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불안이 있어도 현재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Q. 기대를 낮추는 습관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A.먼저 기대를 억지로 키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좋은 결과를 확신해야만 건강한 것도 아니고, 걱정이 전혀 없어야 마음이 안정된 것도 아니니까요.
대신 걱정이 시작됐을 때 질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을 한 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봅니다.
발표가 걱정된다면 한 번 연습해 보고, 면접이 불안하다면 예상 질문을 정리해 보는 식이에요.
반대로 이미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면 그 이후에 이어지는 걱정은 새로운 정보를 주기보다 불안을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다음 걱정으로 넘어가는 습관이 있다면 현재 느끼는 감정을 잠깐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대돼서 기쁘기도 하고, 동시에 무섭기도 하구나.”
기쁨과 불안은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나를 느낀다고 다른 하나가 잘못된 것도 아니에요.
기대를 완전히 믿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이 일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정도는 허락해볼 수 있습니다.
Q. 허그맘 허그인 여수센터에서는 '기대하지 못하는 마음'을 어떻게 살펴보나요?
A.먼저 어떤 상황에서 기대를 낮추는 반응이 특히 강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시험이나 업무처럼 평가가 이루어지는 상황인지, 가까운 관계에서 두드러지는지,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반복되는지도 확인합니다.
그다음에는 그 생각 아래에서 실제로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지 탐색합니다.
실패했을 때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운 것인지, 거절당하면 관계 전체가 흔들릴 것처럼 느껴지는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제력을 잃는 것이 특히 불편한지에 따라 상담에서 살펴볼 지점도 달라집니다.
허그맘 허그인 여수센터에서는 이러한 욕구 구조의 핵심 지점과 현재 반복되는 사고·감정·행동의 연결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 높아졌는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랐고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타났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하면서 개인에게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갑니다.
걱정이 실제 준비를 돕고 있다면 그 기능까지 모두 없애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유지하면서 과도하게 소모되는 부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망을 피하기 위해 기대 자체를 차단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계속 포기하게 된다면, 불확실성을 견디는 방식과 자기평가의 기준, 실패를 받아들이는 패턴 등을 조금 더 세밀하게 다뤄볼 수 있어요.
같은 “기대하기 무섭다”는 말이라도 그 아래에 놓인 이유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생각 하나만 바꾸려 하기보다 현재 가장 부담이 큰 하위 욕구와 감정을 확인하고, 개인의 상태에 맞춰 개입 지점을 설정합니다.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도 바로 기뻐하지 못하고, 기쁜 마음이 올라오자마자 “아직 모르지”라고 스스로 제동을 거는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의 마음을 너무 빨리 비관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익혀 온 방식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늘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느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실망까지 미리 겪고 있다면,
한 번쯤은 그 마음이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대비하고 있는지 바라볼 만합니다.
기대는 반드시 확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될 거야”라고 믿지 못해도 괜찮아요.
“잘되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을 잠시 허락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순간이 찾아왔을 때 불안이 먼저 따라온다면, 기쁨과 불안 가운데 하나를 없애려고 하기보다 두 마음이 함께 있는 이유를 천천히 살펴보세요.
오래전부터 기대보다 대비가 더 익숙했다면, 그 이유를 상담 안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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