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허그맘허그인

전체메뉴

전문가 칼럼

전문가 칼럼

마음의 독감 _ 우울 / 아동의 가면성 우울

  조회:2482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의 우울' 이렇게 대처하라

[주경심의 상담칼럼⑦]
기운이 없으면 감기에 걸리듯, 마음이 지칠 때 우울감 느껴
'힘내'라는 말은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말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괜찮아?"라는 걱정어린 한마디는 큰 힘

3▲허탈함과 황망함만 느껴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허탈함과 황망함만 느껴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아침, 저녁 출근길에서 만나는 가로수는 하루가 다르게 분칠을 하더니 어느새 잔망스런 자태로 길손을 유혹한다.

산천은 색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들녘은 익어가는 곡식과 여물어가는 과일로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이런 좋은 가을날 모두가 행복해 보이지만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하다. 그뿐인가 입맛도 없고, 넘어가는 해를 볼 때마다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기운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영양제도 맞아보고, 일부러 약속을 잡아 김밥을 싸고 과일까지 챙겨 산에도 가보지만 오르내릴때 뿐이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면 허탈감과 황망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내가 왜 이럴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누구와 얘기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 전화기를 뒤져보지만 내 마음을 알아줄 한사람을 찾기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다.

결국 전화기를 접고 누웠다. 이런저런 생각에 몸은 방바닥 밑으로 꺼질 것 같고 두통까지 밀려온다. 식구들이 올 시간이 됐음에도 일어날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사라지고만 싶다.

마음의 독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우울증을 숨기게 된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우울증을 숨기게 된다

 

우울증 환자: 선생님 제가 우울증일까요?

상담사: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누군가에게 얘기해 보셨어요?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상담사의 입에서 우울증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길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의 주관적 경험도 놓칠수 없는 한 부분이다. 이제껏 겪은 것들을 줄줄이 얘기한다. 식구나 주변 사람들도 요즘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 어디 아픈거 아니냐?’라고 해서 병원에도 가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내 자신이 우울증인 것 같은데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털어놨다.

우울증은 정신병이고 정신병에 걸렸다고 하면 자신을 이상하게 볼 것 같고, 그러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요. 내자신 때문에 가족들까지 우울해질까봐 걱정돼요.

우울증은 왜 걸릴까?

▲마음에 기운이 없을때 우울함이 찾아온다
▲마음에 기운이 없을때 우울함이 찾아온다

우울장애는 슬픔, 공허감 짜증스러운 기분과 수반되는 신체적, 인지적 증상으로 인해 개인의 기능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부적응 증상을 의미한다.

오죽하면 우울은 '심리적 독감'이라고 부를까.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울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직업적 부작용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울장애는 특히 자살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심리적 장애를 동반한다. 젊은 세대가 그 전 세대보다 더 높은 우울장애 빈도를 나타내고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권석만, 현대이상심리학 2판 참조)

기운이 없으면 감기가 오듯이 마음에 기운이 없을 때 찾아오는 것이 바로 '우울'이다.

누구나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고, 수시로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번도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우울감도 느낄 수 없다. 행복한 기억이 있기에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은 감당하기 힘들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삶에서 경험하는 사건이 발단이 될 수도 있고, 연령이 증가하면서 오는 호르몬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마음의 독감, 우울 증상

우울의 주요 증상을 보면 하루의 대부분,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거의 모든 일상에 즐거움이나 흥미가 없다. 체중조절을 하지 않았음에도 5% 정도의 체중변화와 식욕변화가 따른다. 또 불면이나 과다수면이 있지만 거의 매일 피로를 호소하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본인 스스로 삶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갖는다.

우울은 기분조절 장애로 세로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단순히 우울한 기분인지, 우울증인지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나에게 맞는 약을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다.

다만 기분조절 약물이 워낙 다양하고 사람마다 호소하는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데 4 ~ 6주가 걸린다. 또 최소 1년 이상은 복용해야 우리 몸에서 필요한 물질로 인식해 스스로 분비를 하게 되며, 약을 복용하면서 느꼈던 기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다른 약은 약물의 절반을 복용하면 절반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울증 약은 정확한 용량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경험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시야흐림, 입마름, 심계항진, 변비, 가벼운 두통 등이 있다.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의 우울!”

▲지나치게 밝은 아이, 산만한 아이도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나치게 밝은 아이, 산만한 아이도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의 경우는 '가면성 우울'로 지나치게 밝거나, 산만하거나, 집중을 못하거나, 칭얼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험해 본적 없는 감정이나,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다보니 어떻게 느껴야 하고, 표현해야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어서 아는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일뿐이다.

내가 만난 여학생은 학교안의 모든 선생님이 학교부적응과 대인관계 소외감을 걱정했지만 상담실에 올 때마다 너무나 밝은 표정을 지어보여서 한동안 의뢰사유가 잘못된게 아닌가 헷갈렸을 정도였다.

어느 정도 친해진 후에 문자완성검사와 그림검사를 해 본뒤 우울임을 알게되었다. 자신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고 했다. 그림에서는 엄지손톱보다 작게 자신을 표현하고 필압도 낮고, 스케치하듯 이어진 선이 위태로웠다.

많이 힘들었겠다.

그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위로와 상담은 그게 전부였지만 아이는 한참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다면 우울이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듣기 힘든 말이 뭘까?

한때 우울과 빈번한 자해로 상담을 받았지만 지금은 감성시인으로 거듭난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물었다. 그 말은 바로 “힘 내”라는 말이라고 한다.

힘을 내고 싶지만 힘이 나지 않고, 그렇게 응원을 해주었는데도 힘을 내지 못하면 자신이 비난받을까봐 겁나고, 힘을 내지 못하는 자신이 더 싫어진다고 했다.

반면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뭘까?

괜찮아?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와 있어도, 지금 어떤 생각을 하던지 관계없이 건네주는 이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단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좋은 감정도 있지만,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도 있다. 하지만 나와 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자격은 누구도 없다.

내가 아프다고 할 때 “나도 그래”라는 대답. 그리고 “너만 그래”라는 대답. 마지막 “너는 항상 그래”라는 한정짓는 단어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고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내 주변 누군가 이유 없이 힘들어하고, 지쳐 보인다면 진심을 다해 물어봐 주자.

괜찮아?

추천키워드

 

관련기사

 


 

빠른 비용 문의

부부학교
가까운 센터로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