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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부되기 법칙 – 반응하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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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에게 그렇게 말 할 수 있어?”
상담실에서 마주 앉은 아내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남편이 어떻게 아내인 나에게 그렇게 차갑게 구는지 알 수가 없다. 아내의 말에 남편은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게 왜 그렇게 서운한 이야기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남편은 웬만한 일은 모두 아내의 뜻대로 하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말하는지 아내의 반응이 서운할 뿐이다.

 
흔히 남자와 여자는 대화의 방법이나 반응하는 방법이 달라 보인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성(sex)이 달라서 생긴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성(sex)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로 대화 방법 차이를 성차로 보면, 서로에 대해 근본적인 조율은 불가능하다. 타고나기를 전혀 다른 뇌 구조와 사고방식 차이로 일어난 일을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남녀의 대화방식 차이는 생물학적 성차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젠더(gender)는 생물학적 성(sex)과 달리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학습된 성 역할을 뜻한다. 남녀의 대화방식은 성(sex)이 아니라 젠더(gender)에 의해 학습된 방식의 차이이다. 남성 상담사인 나는 동시대의 남성들이 흔히 쓰는 대화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상담을 배우면서 다양한 대화 방법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지금은 나이와 대상, 문화에 따라 적절한 대화 방법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대화방식과 반응방식은 남녀에 따라 고정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서 남녀, 나이, 세대에 상관없이 배워서 바꿀 수 있다.
 
남성적 대화, 여성적 대화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성 역할(gender)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대화할 때 서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든다.
 
여기 주로 ‘용건만 간단히, 결론만 말해’ 방식을 사용하는 남편이 있다. (이것은 일례이다. 모든 남편이 이런 대화방식을 하거나 아내는 다른 대화방식을 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남편들은 그들이 경험한 가정, 학교, 군대, 사회생활에서 위계질서, 상하관계, 명령-복종의 관계를 주로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게임이나 놀이 역시 빠른 의사전달을 통해 빨리 행동에 옮겨 결과를 내는 방식에 익숙하다.
 
어떤 진화심리학자는 오랜 역사를 통해 남자들이 사냥하던 습성을 예로 든다. 사냥할 때 말을 길게 하면 사냥감을 놓칠 수도 있고, 주위를 경계하지 못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전달이 목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익히게 된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늘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핵심만 말해”라는 식으로 얘기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대화 체계에 익숙한 남자들을 직장에서 보면 상사가 자신에게 이것저것 자꾸 물어보는 것이 불편하다. 왠지 자신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것 같고, 자기를 믿지 못해서 요구도 많고 말도 길어진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아내가 이번 가족 모임에서 비용은 어떻게 하고 장소는 어떻게 하고 계획을 세밀히 물어보면, “당신 마음대로 해”라든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기 일쑤다. 이런 대화 방법을 쓰는 남편으로서는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당신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신뢰의 표시이고,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은 나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달라는 책임감의 표현일 수 있다.
 
앞서 말한 남편의 말이 ‘나는 너와 말하기 싫어, 귀찮아, 그만해’라는 얘기로 들리는 아내들이 있다. 이렇게 들리는 아내 중에는 자매 혹은 엄마와 친밀한 의사소통에 익숙한 아내들이 많다. 이런 여성들은 친밀함은 사소한 이야기를 서로 자세히 이야기하고, 사소한 것도 반응해주고 의견을 말해주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때 이야기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다. 좋아하지 않는 상대에게 심심해서 주저리 주저리 말하는 것이 아니다.
 
레이첼 시몬스가 쓴 “소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은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보이는 관계 맺는 방식, 의사소통 방식이 잘 묘사하고 있다. 여성의 문화에서는 대화가 동질감과 친밀감의 중요한 척도이다. 이러한 문화에 익숙한 아내는 남편의 ‘알아서 해’라는 말이 자신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거부와 단절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내는 서운해하고, 남편은 그런 아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상담에서 서로의 의도가 다르게 전달되고 있음을 이해하면 부부는 ‘아하’ 하며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 상담은 서로가 가진 오해를 푸는 것에서 시작하여 서로를 위하는 대화 방법 연습으로 이어진다. 먼저 부부는 서로에게 공격적인 느낌을 주는 비언어적 태도를 바꾼다. 표정, 음색, 음성을 부드럽게 하는 연습, 서로에게 대화 약속을 잡는 연습, 서로를 관찰하여 적절한 대화 타이밍을 잡는 연습 등을 한다.
 
대화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다. 부부의 대화방식이 서로를 아프게 하고 오해하게 만든다면 더 좋은 대화방식을 배워서 새롭게 바꾸면 된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지만 마치 운전을 배우듯이 반복하면 금세 익숙해진다. 부부간의 좋은 대화방식은 부부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녀의 대화방식을 변화시킨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부부의 현명한 대화방식은 자녀의 대화 모델이 된다. 아름다운 대화가 아름다운 가족을 만든다.

Adviser_허그맘 허그인 심리상담센터 안양평촌센터 박진수 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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